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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사에서 깜짝 저녁 회식이 있었다. 회사에 C 고등학교 출신 분들이 많은 만큼 가끔 고등학교 출신으로 뭉치는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삼겹살을 먹고 나서 할리스 커피에 들렀다. 나는 아이스티를 먹으려 했는데 마침 아무 것도 안먹는다는 선배가 있어서 아이스티를 시켰지만 그 아이스티를 선배에게 드리고 나는 아무 것도 안먹기로 했다. 그랬더니 선배는 날 위해 컵을 하나 가져오셨고, 그 컵 $A$에 아이스티를 채워주셨다. 그리고 $A$와 용량이 똑같은 컵 $B$에 물을 받았다. 나는 컵 $A$에 담긴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동시에 아이스티가 떨어질 때마다 컵 $B$에서 물로 채워넣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수학문제가 떠올랐다. 오래 전,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떠올렸던 수학문제와 유사한 수학문제였다. 재미있는 수학문제는, 이렇듯 일상에서 다소 벗어나있을 때 내 마음 속으로 찾아온다. 술을 좀 마셔서 평소와는 다른 상황의 내게, 이렇듯 재밌는 아이디어가 들어오곤 하는 것 같다.

아이스티를 어떻게 따라 마셔야 오랫동안 최대한 높은 농도의 아이스티를 즐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풀기 전에, 십 몇 년 전 내가 군대 시절 떠올린 문제에 대해 먼저 정리하고자 한다. 그 때에도 나는 머리가 말랑말랑했었나보다. 즉,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무심코 했었나보다. 그 문제는 아주 재미있었던 문제로, 처음에 나는 정수기에 물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한 문제를 떠올렸다. 이후에는 은행에서 복리로 이자를 받는 문제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두 문제는 연관이 있었고, 고등학교때 배우는 무리수 $e$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재밌는 문제였다. 먼저 정수기 문제를 생각하자.

1. 정수기 문제

$T$℃의 물 $V$ℓ가 있다고 하자. 여기에 $T’$℃의 물 $V’$를 섞으면 어떻게 될까? 단, 물의 비중은 물의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하다고 하자. 당연히, $(V+V’)$ℓ의 물이 될 것이고

\[TV+T'V'=x(V+V')\]

로부터 섞인 물의 온도 $x$는

\[\frac{TV+T'V'}{V+V'}\]

가 된다. 굉장히 기본적인 원리이다. 조금만 부연하면, $x$는 $T$와 $T’$사이를 $V’:V$로 내분한 점에 해당하는 값으로, $x=\alpha T + (1-\alpha)T’$의 형태이다(convex combination).

내 상상력을 자극했던 건 차가운 물 (온도 $T$℃)이 담긴 컵이 정수기 아래에 있고 뜨거운 물(온도 $T’$℃)이 그 컵 위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컵의 물은 흘러넘친다. 궁금한건, 그럴 때에 컵에 담긴 물의 온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뜨거운 물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므로 컵에 담긴 물의 온도는 점점 뜨거워질 것이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는 뜨거운 온도 $T’$℃로 수렴해 갈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또한, 일정량의 물 $V’$ℓ이 떨어지고 난 뒤에 섞인 물의 온도는 몇도가 될 것인가?

조금 더 명확하게. 컵에는 원래 $T$℃의 물 $V$ℓ가 있었다. 이때 $T’$℃의 물 $V’$ℓ이 위에서 떨어진다. 물이 어떻게 튀고 또 중력에 의해 내려갔다 올라오고 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물은 아주 조금씩, 예컨대 한방울씩 떨어진다고 가정하자. 그러니까 아주 조금씩 $T’$℃의 물이 $T$℃의 물과 섞여가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충분히 큰 $n$을 생각하자. 최초에, 온도 $T$의 차가운 물 $V$ℓ가 온도 $T’$의 뜨거운 물 $\frac1nV$와 섞이면 그 섞인 온도 $T_1$는

\[TV+T'\times\frac1nV'=T_1(V+\frac1nV')\]

로부터

\[T_1=\frac{TV+\frac1nT'V'}{V+\frac1nV'}\]

가 된다. 섞인 물의 총량은 $V’$보다 크므로 $\frac1nV’$만큼의 물은 흘러넘쳐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온도 $T_1$의 물 $V$가 온도 $T’$의 뜨거운 물 $\frac1nV$와 섞이게 되고 그 섞인 온도 $T_2$는

\[T_1V + T'\times\frac1nV'=T_2(V+\frac1nV')\]

으로부터

\[\begin{align*} T_2 &=\frac{T_1V+\frac1nT'V'}{V+\frac1nV'}\\ &=\frac{\frac{TV+\frac1nT'V'}{V+\frac1nV'}V+\frac1nT'V'}{V+\frac1nV'}\\ \end{align*} \tag{$*$}\]

이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섞이고 나서 $\frac1nV’$만큼의 물은 흘러넘쳐 사라진다.

이런식으로 $n$번 반복하고 난 뒤의 섞인 물의 온도 $T_n$의 $n\to\infty$일 때의 극한값 $\tilde T$을 생각하면, $\tilde T$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이 아주 조금씩 (예를 들어 한방울씩) 떨어지면서 조금씩 섞일 때의 최종 온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tilde T$를 계산하자. 그러자면 일반항 $T_n$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는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하지만 $T_k$의 점화식이 convex combination 형태

\[T_{k+1}=\alpha T_k+(1-\alpha)S\]

라는 것을 활용하여

\[T_{k+1}-S = \alpha(T_k-S)\]

로 변형하여 ${T_k-S}$가 등비수열이 됨을 잘 활용하자. 점화식을 써보면

\[\begin{align*} T_{k+1} &=\frac{T_kV+\frac1nT'V'}{V+\frac1nV'}\\ &=\frac V{V+\frac1nV'}T_k+\frac{\frac1nV'}{V+\frac1nV'}T'\\ \end{align*}\]

이다. 이걸 변형하면

\[T_{k+1}-T'=\frac V{V+\frac1nV'}(T_k-T')\\\]

이 된다. 따라서

\[T_{k+1}-T'=\left(\frac V{V+\frac1nV'}\right)^k(T-T'),\qquad k=0,1,\cdots,n-1\]

이고, 특히

\[T_n=T'+\left(\frac V{V+\frac1nV'}\right)^{n-1}(T-T')\]

인 것이다. 이렇게 $T_n$을 구했다. 이제 $\tilde T$를 계산해보면

\[\begin{align*} \tilde T &=\lim_{n\to\infty}T_n\\ &=T'+\lim_{n\to\infty}\left(\frac V{V+\frac1nV'}\right)^{n-1}(T-T')\\ &=T'+\lim_{n\to\infty}\left(\frac V{V+\frac1nV'}\right)^n\times\lim_{n\to\infty}\frac{V+\frac1nV'}V\times(T-T')\\ &=T'+\lim_{n\to\infty}\left(\frac 1{1+\frac{V'}{nV}}\right)^n\times(T-T')\\ &=T'+\lim_{n\to\infty}\frac 1{\left({1+\frac{V'}{nV}}\right)^n}\times(T-T')\\ &=T'+\lim_{n\to\infty}\left(\frac 1{\left({1+\frac{V'}{nV}}\right)^{\frac{nV}{V'}}}\right)^{\frac{V'}V}\times(T-T')\\ &=T'+e^{-\frac{V'}V}(T-T') \end{align*}\]

교묘하게도 계산 과정에서 무리수 $e$가 나오는, 아주 재밌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begin{align*} \tilde T &=T'+e^{-\frac{V'}V}(T-T')\\ &=e^{-\frac{V'}V}T+(1-e^{-\frac{V'}V})T' \end{align*}\]

이므로, 만약 $V=V’$이면 $\tilde T$는 $T$와 $T’$의 $e-1:1$ 내분점의 값이다. 그러니까, $\tilde T$는 $T$보다 $T’$에 조금 더 가까운 값이 된다. 차가운 물이 20℃ 뜨거운 물이 80℃였다면 $\tilde T$는 $57.93$℃ 정도가 나오는 것이다.

2. 복리 문제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다.

원금이 $A$이고 연이율이 $r$이라고 하자. 예를 들어, $r=0.02$이면 연이율이 2%인 것이다.

1년 후의 원리합계를 $A_1$라고 하자. 그러면, 당연히

\[A_1=A(1+r)\]

이 된다.

이번에는 6개월에 한번씩 이자가 부과된다고 하자. 그리고 6개월에 대한 이율은 $\frac r2$으로 정하자. 그러면 1년 후의 원리합계 $A_2$는

\[A_2=A\left(1+\frac r2\right)^2\]

이 된다.

만약 $A$가 100만원이었고 $r=0.02$이었으면 $A_1=102$ (만원)이고, $A_2=102.01$ (만원)이다. 잘게 잘라서 이자를 받을 수록 더 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계산을 해봐도

\[1+r\lt\left(1+\frac r2\right)^2\]

로부터 $A_1\lt A_2$인 것이다.

4개월에 한번씩, 그러니까 1년에 세 번 이자를 받는다고 하자. 4개월에 대한 이율은 $\frac r3$으로 정하자. 그러면 1년 후의 원리합계 $A_3$는

\[A_3=A\left(1+\frac r3\right)^3\]

이다. 마찬가지로 1년에 4번씩 이자를 받는다고 할 수도 있고 그 때의 원리합계 $A_4$는

\[A_4=A\left(1+\frac r4\right)^4\]

이다. $A_2\lt A_3\lt A_4$임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A=100$, $r=0.02$인 경우를 각각 계산하면

\[\begin{align*} A_2&=100(1+(0.02/2))^2=102.01\\ A_3&=100(1+(0.02/3))^3=102.0133\\ A_3&=100(1+(0.02/4))^4=102.0151 \end{align*}\]

등이 되어 \(A_1\lt A_2\lt A_3\lt A_4\) 등이 됨을 추정할 수 있다.

어떤 수열이 단조증가할 때 그 수열이 반드시 양의 무한대로 발산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 수열이 bounded from above (위로부터 유계)이면 수열 ${A_n}$은 수렴할 것이다. 수렴한다면 어디로 수렴할까. 즉, 기간을 잘게 잘라서 이자를 자주 받는 방식을 사용하면 잘게 자를 수록 원리합계는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무한정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 한계가 존재할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다음의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 된다.

\[\begin{align*} \lim_{n\to\infty}A_n &=\lim_{n\to\infty}A\left(1+\frac rn\right)^n\\ &=\lim_{n\to\infty}A\left(\left(1+\frac rn\right)^{\frac nr}\right)^r\\ &=Ae^r \end{align*}\]

따라서, 원리합계는 발산하지 않고 수렴한다. 이자를 받는 기간을 아무리 잘게 쪼개더라도 원리합계는 무한정 커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무리수 $e$가 나왔다.

3. 아이스티 문제

아이스티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하는 부분에서 걸린다. 실제로 카페에 가게 되면 당면하게 되는 실용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아이스티의 총 섭취량이 최대가 되게 하는 아이스티 섭취방식을 찾는다는건 말이 안된다. 총 섭취량은 일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방식으로 아이스티와 물을 섞어 마신다고 해도 아이스티의 농도를 시간으로 적분하면 그 값은 일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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