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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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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7월, 프랑스와 프로이센(현재의 독일) 사이에서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보불전쟁(普佛戰爭, Franco-Prussian War)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쟁은 프로이센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당시 20살이었던 모파상은 전쟁에 자원입대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880년, 모파상은 이 전쟁을 소재로 하여 「비곗덩어리(Boule de Suif)」라는 이름의 소설을 발표합니다. 이 소설은 모파상의 이름을 알리는 출세작이 되었습니다.

모파상의 스승이자 선배인 플로베르는 「비곗덩어리」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작은 이야기는 후세에 남을 것이다. 내가 보장한다! 자네가 쓴 부르주아의 낯짝은 참으로 멋있다. 한 사람도 빗나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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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왼쪽 지도에 나타나있는 루앙(Rouen) 시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주요 도시로, 파리에서 북쪽으로 100km 정도 가면 있습니다. 모파상의 고향이 노르망디 지방이기 때문에 그런지, 루앙 시와 노르망디 지방은 모파상 소설들의 주요 무대가 됩니다. 그리고 「비곗덩어리」의 공간적인 배경이 바로 루앙 시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공격한 경로를 나타냅니다. 프로이센 군은 수도 파리를 먼저 점령하고, 이후에는 루앙시를 포함한 프랑스 동북부 지방을 점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비곗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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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가 적에 의해서 함락되는 과정은, 그렇게까지 신속하고 명쾌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에서 흔히 그러는 것처럼, 어떤 도시가 1870년 12월 4일까지는 프랑스 땅이었다가, 12월 5일부터는 프로이센 땅이 되는 식은 아닌 것입니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진격하고, 다른 한쪽이 계속해서 후퇴만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점령은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처음에 루앙 시에 나타난 군인들은 프랑스 군이었습니다. 프로이센에 패해 한없이 퇴각 중인 프랑스 군인들은 동쪽에서 나타나 서쪽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는 프로이센 군이 하나 둘씩 루앙 시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루앙 시 주민들과 프로이센 군대 사이의 숨막히는 긴장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루앙 시 주민들은 프로이센 군이 자기들을 죽이거나 나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걱정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학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먹을 밥과 잘 곳이 필요했던 그들에게 루앙 시민들은 조용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프로이센 군이 루앙 시를 점령한 채로 시간이 흘러가자, 프로이센군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차차 해소되었지만, 루앙 시민들은 이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군대가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꽤 큰 불만이었지요. 또한, 언제 프로이센 군이 마음을 바꿔먹고 자기들을 해칠 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루앙 시를 몰래 빠져나가려는 열 명의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이들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고요한 새벽에 출발해, 아직 프로이센 군이 점령하지 않은 지역이자, 영국과 인접한 지역으로 피신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열 명의 사람들 중 여섯 명은 세 쌍의 부부였습니다. 이 중 남자들은, 각기 꽤 높은 사회적 지위 내지는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한 명은 큰 양조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또 한 명은 제사(製絲)공장과 도의원의 직함을 가지고있는 사람이었으며, 마지막 한 명은 굉장히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였습니다. 이들의 아내인 세 명의 아내들은 그림과 음악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하는 귀부인들이었습니다.

나머지 네 명의 인물들 중 두 사람은 수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를 바치는 데 쓰는 조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인물은 미혼의 젊은 남성으로서 진보 진영의 유명인사였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당한 양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버리고, 그 명망으로 민주주의자로서의 명성을 얻은 그는, 앞서 언급한 세 명의 남자들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것과는 상반되는 인물입니다.

마지막 인물, 엘리자베트 루세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흔히 창녀라고 불리는, 부적절한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소설의 제목인 ‘비곗덩어리(불 드 쉬프, Boule de Suif)’는 바로 창녀를 뜻하는 속어입니다. 마치 한국어에서 ‘꽃뱀’이라는 단어가 ‘알록달록한 빛깔을 가진 뱀’이라는 의미 말고 다른 의미를 가지듯, boul de suif 또한 사전적인 뜻이 아닌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비곗덩어리’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루세는 마르기보다는 통통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드라지는 몸매때문에 남자들이 지나다니면서도 흘끗흘끗 쳐다보게 되는 그런 종류의 여자입니다.

마차에 탄 사람들은 일제히 ‘불 드 쉬프’를 멀리합니다. 어쩔 수 없이, 피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같이 있는 것이지 평소같으면 절대 한 자리에 있기는 커녕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 명의 부인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유대감마저 생기게 됩니다.

그녀가 어떤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숙한 여자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창녀’니 ‘공공의 수치’니 하는 말들을 큰 소리로 쑥덕거리자 그녀가 그들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러고는 너무나도 도전적이고 싸늘한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자 주위는 곧 깊은 침묵을 지키게 되었고, 루아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눈을 내리깔았다. 루아조는 즐거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세 부인들 사이에서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이 창녀의 존재가 갑자기 그들을 친구로 만들고 거의 친밀감까지 느끼게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 파렴치한 창녀 앞에서 아내로서의 위엄을 떨쳐 보이려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들의 합법적인 사랑은 언제나 자유로운 사랑에 대해 거만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한편, 새벽 4시에 출발해 ‘토트’라는 곳에서 잠시 들러 점심식사를 하려던 이들의 계획은 길에 쌓여있는 수많은 눈들 때문에 지체됩니다. 마차는 여러 번 멈춰야했고, 도저히 제시각에 토트에 도착할 수 없게 됩니다.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 배고픔을 느끼는 가운데, 루세는 직접 준비해온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하루 중 한 끼를 거르는 것은 그렇게까지 건강에 치명적이지 않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피난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예민해진 신경 속에서 배고픔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부인 한 명이 갑자기 기절하는 위급상황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루세에게 청해 음식을 얻어먹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불 드 쉬프와 나머지 인물들 사이에는 호의적인 감정이 조성됩니다.

그러자 불 드 쉬프가 얼굴을 붉히고 난처해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는 나머지 네 명의 여행객들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어쩌나, 저 신사 분들과 부인들께도 대접해 드렸으면 좋겠지만 ···.”

그녀는 혹시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서 입을 다물었다. 루아조가 말을 받았다.

“아무렴요. 이럴 땐 모두가 형제지요.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 부인들! 주저하지 마시고 받아들이세요. 제기랄, 오늘 밤 지낼 집 한 채 찾게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내일 정오 안으로는 토트에 도착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주저하기만 했지, 아무도 “그럽시다.” 하고 나서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백작이 얼른 문제를 해결했다.

“감사히 받겠소, 부인.”

결국 마차는 점심시각을 훨씬 지난 저녁 5시쯤이 되어서야 토트에 도착합니다. 사람들은 토트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 날부터 다시 이동하자고 의견을 정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어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말을 몰아야 하는 마부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급해진 마음에 마부를 찾아가보았더니, 마부는 말을 몰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곳을 점령하고 있는 프로이센 장교가 토트를 떠나면 안된다고 말했기 때문에, 자기는 말을 몰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은 장교에게 찾아가, 어떻게든 출발 허가를 얻으려 했습니다. 이치에 밝은 이들은 장교와의 협상를 통해 융통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프로이센 장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집스럽게 토트를 떠날 수 없다고 못박습니다.

사실은, 전날 저녁에 장교가 루세에게 사람을 보내 루세에게 동침하기를 요구했고, 루세가 거절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으려고 할 때 폴랑비 씨가 다시 나타났다.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프로이센 장교가 엘리자베트 루세 양에게 아직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라고 하는데요.”

불 드 쉬프는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채 서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너무도 화가 나서 숨이 막혀 말을 하지 못했다. 드디어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 비열한 인간에게, 그 더러운 인간에게, 그 프로이센 놈팡이에게 말하세요. 절대로 나는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요! 잘 들으세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요!”

뚱뚱한 여인숙 주인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불 드 쉬프는, 간밤에 그녀가 프로이센 장교를 방문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비밀을 알아내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독촉을 받았다. 처음에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으나 곧 분노가 그녀를 흥분시켜 놓았다.

“그 작자가 뭘 원했냐고요? 그놈이 무얼 바라냐고요? 나와 함께 자고 싶다는 거에요!”

그녀가 악을 썼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이 거슬리지 않았다. 그만큼 분노가 컸던 것이다.

하루 하루, 토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음식을 나누어먹으며 풀렸던 피난민 사이의 따뜻한 관계는 점차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점점, 루세가 장교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 때문에 자신들이 토트에 묶여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들 사이에는 루세를 설득해 장교에게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은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지만, 루세에게는 그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습니다. “당신은 원래 그런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니, 그렇게 흉도 아니잖아. 그냥 한 번 장교에게 하룻밤만 갔다오시지요.” 라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며칠이 더 지나고,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한 명이 나서서 루세를 천천히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그 설득은 “우릴 위해서 한 번만 저 남자에게 몸을 내주고 와”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이, 아주 교묘하고도 간접적인 표현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희생정신’에 대해 대뜸 강조하고, ‘성경’에 대해 언급하며 은근히, 그러나 집요하게 루세를 압박합니다. 그리고 루세는 결국 굴복합니다.

“프로이센 장교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뒤따르게 될 폭력 행위에 당신과 다름없이 우리도 위험에 처하게 될 텐데, 그래 당신은 당신 생활에서 그토록 흔히 했던 환심을 사려는 마음으로 승낙하기보다 오히려 우리를 이곳에 잡아두게 하는 것이 좋단 말이오?”

불 드 쉬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작은 그녀를 부드러움으로, 추론으로, 이타심으로 설득하려 애썼다. 그는 필요할 때는 모든 친절을 다하고 아첨을 하여 결국 상냥해지기도 하지만 ‘백작 각하’로 남아 있을 줄도 알았다. 그녀가 자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봉사를 찬양하고, 자기들이 고마워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쾌활하고 친근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봐요, 그자가 자기 나라에서는 도저히 만나기 힘든 예쁜 여자를 경험했다고 자랑할지도 모르지 않소?”

불 드 쉬프는 말없이 일행을 따라갔다.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다. 불안은 극도에 달했다. 그녀가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만일 그녀가 거절한다면 얼마나 곤란해질 것인가!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폴랑비 씨가 들어와서, 루세 양은 몸이 불편하니 먼저 식사를 하라고 알렸다. 모든 사람들은 귀를 곤두세웠다. 백작이 여인숙 주인에게 가까이 가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

“됐소?”

“네.”

예의상 백작은 일행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저 가볍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곧 안도의 긴 한숨이 새어나오고, 얼굴에는 기쁨의 빛이 나타났다. 루아조가 큰소리로 말했다.

“제기랄! 이 집에 샴페인이라도 있으면 내가 사지.”

주인이 손에 네 병의 샴페인을 들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루아조 부인은 고민이 되었다. 모두들 갑자기 수다스러워지고 떠들썩해졌다. 외설스러운 기쁨이 가슴에 가득 찼던 것이다. 백작은 카레 라마동 부인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 같았고, 공장 주인은 백작 부인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야기는 활기를 띄었고 명랑했으며, 독설로 가득했다. 갑자기 루아조가 근심스러운 얼굴이 되어 두 팔을 치켜세우면서, “조용히!” 하고 고함을 질렀다. 모두들 깜짝 놀라 거의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루아조는 두 손으로 ‘쉿!’ 하는 시늉을 하면서 귀를 곤두세우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다시 귀를 기울이더니 평상시의 목소리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안심들 하세요. 일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토트를 떠날 생각에 마냥 들떠있습니다. 루세는 프로이센 장교와의 밤을 견디고 나와, 수치심에 아무와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로 허겁지겁 마차에 올라탑니다. 그런데 바로 전날까지도 루세를 설득하고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루세를 완전히 무시하고 아는 체도 하지 않습니다. 급하게 마차에 올라타느라 루세는 어떤 음식도 챙겨오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각기 챙겨온 음식을 먹습니다. 소설의 초반부에 마차 안의 사람들이 루세로부터 음식을 제공받아 허기를 채웠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장면입니다.

아무도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고, 그녀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기를 희생시키고, 그러고 나서는 마치 불결하고 쓸모없는 물건처럼 내던진 이 정숙한 파렴치한들의 경멸 속에 자신이 버려져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들이 게걸스럽게 모조리 먹어치운, 맛있는 음식이 가득 들어있던 자기의 커다란 바구니와 젤리를 바른 반지르르한 두 마리의 영계, 파이, 배, 네 병의 보르도가 생각났다. 그러자 너무 팽팽해서 끊어져버린 끈처럼 갑자기 분노가 가라앉더니, 곧 울음이 치밀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어린애처럼 오열을 삼켰다. 그러나 눈물이 솟아올라 눈시울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더니, 어느새 두 줄기의 굵은 눈물이 양볼 위로 흘러내렸다. 이어서 더욱 빠르게, 마치 바위에서 스며 나오는 물처럼 눈물이 흘러내려 포동포동한 가슴의 곡선 위로 규칙적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지 않기를 바람련서, 눈을 똑바로 뜨고 굳어버린 창백한 얼굴로 꼿꼿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백작부인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남편에게 몸짓으로 알렸다. 백작은, ‘어쩌란 말이오.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배고픔과 부끄러움 속에 숨죽여 울고있는 불 드 쉬프를 태운 채로 마차는 목적지인 디에프를 향해 나아가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불 드 쉬프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견딜 수 없는 흐느낌이 음절과 음절 사이로 어둠 속에서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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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하게 보입니다. 어쩌면 너무 분명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위에 언급한 플로베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르주아의 위선스러운 낯짝”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루아조, 라마동, 위베르로 대표되는 보수주의자들과 코르뉴데로 대표되는 진보주의자, 그리고 귀부인들과 성직자들까지. 사회에서 웬만한 위치에 오른 사람들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인들의 사회적인 위치와 행동양식을 사용할 줄 압니다. 그들에게는,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여서, 루세가 그들의 설득에 응하고 따르는 것이 필연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들의 설득이 순전히 본인들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다음날 루세에게 보이는 철저한 무관심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비판의 초점이 기득권자들에게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불 드 쉬프를 묘사하는 작가의 태도는 꽤 온정적입니다. 현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직업, 불 드 쉬프(창녀)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만약 내가 마차 안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면, 위와 같은 사건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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