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분 소요

1 잘생긴 남자

maupassant_4-1

프랑스어에서 bel아름다운, 예쁜, 좋은, 훌륭한 등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이고, ami친구, 동료, 애인, 애인, 연인 정부라는 뜻을 가진 명사입니다. 그러니 소설의 제목인 「벨 아미(bel ami)」를 직역하면 ‘아름다운 친구’, ‘잘생긴 남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죠. 이 소설에서는 잘생긴 남자가 등장합니다.

2 「벨 아미」

2.1 신문사에 취업하다.

maupassant_4-2-1

주인공의 이름은 조르주 뒤루아입니다. 시골의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성인이 된 후 부사관으로 군에 입대합니다. 그가 근무했던 지역은 알제리로, 당시는 프랑스가 알제리를 점령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곧 군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젊은 사람들이 번화한 곳을 찾는 건 현재의 한국이나, 당시의 프랑스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뒤루아는 고향으로 가는 대신, 수도 파리에 남습니다. 하지만, 연고도 밑천도 없는 새파란 젊은이에게 도시는 친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가난했습니다. 북부 철도청에서 근무하는 그는 박봉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실, 사람에 따라서는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파상의 「목걸이」에 등장하는 마틸드의 남편은 하급 공무원이었지만 큰 불만이 없이 삽니다. 하지만, 뒤루아는 달랐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고 싶어했고, 지위가 높아지기를 갈망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보이는 술집에 들어가 마음껏 술을 먹고 싶고, 예쁜 여자가 있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그의 잘생긴 외모와도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늘 여자들의 눈에 띄는 존재였습니다. 뭇 여성들은 지나다니면서 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했고 그와 한번이라도 대화를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뒤루아는 그러한 본인의 인기에 맞는 처우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는 야망에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출세를 꿈꾸는, 그러나 가난한, 그리고 잘생긴 남자인 것입니다.

뒤루아는 직장에서 퇴근한 저녁이나 주말에 늘 거리를 쏘다닙니다. 무얼 원하고 걸어다니는지 본인도 모릅니다.

조르주 뒤루아는 큰 길에 이르자 무엇을 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샹젤리제 거리와 볼로뉴 숲의 거리로 가 나무 아래에서 서늘한 바람을 쐬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엔 또 다른 욕망이 꿈틀댔다.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고 싶은 것이었다.

그 여자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그걸 전혀 알지는 못했지만 석 달 전부터 매일 밤낮으로 기다려 오던 터였다. 때로는 그의 잘생긴 얼굴과 멋진 풍채 덕분에 여기저기서 약간의 사랑을 훔치기도 했지만, 그는 더 많은 사랑을, 더 멋진 사랑을 언제나 바랐다.

피는 끓지만 빈털터리인 그는 길모퉁이에서 “잘생긴 오빠, 우리 집으로 가실래요?” 라고 속삭이며 배회하는 여자들을 만나면 욕정에 불이 붙었으나,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또한 다른 것, 그보다 덜 저속한 잠자리도 기대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그는 문득 아는 사람을 만납니다. 군대에 있을 때 같이 일했던 동료 포레스티에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아는 척을 하고, 둘은 술자리를 가집니다.

그런데 왠지 포레스티에가 이전과 조금 달라보입니다. 좋은 옷을 입고, 괜찮은 마차를 타고 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위엄마저 느껴집니다. 근황을 물으니 포레스티에는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엔 포레스티에가 뒤루아의 안부를 묻습니다. 뒤루아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하다고, 가난한 처지 때문에 당장 생활할 돈도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터놓습니다.

“나는 《라비 프랑세즈》”의 정치부장이네. 《르살뤼》에 상원에 대한 기사를 쓰고, 가끔씩 《라플라네트》에 문예 기사를 쓰고 있다네. 난 그렇게 살아왔네.”

뒤루아는 놀라서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는 완전히 달라져서 아주 원숙했다. 태도며 말씨, 복장이 어울리고 자신이 넘쳤으며,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도 나와 있었다. 옛날의 그는 마르고 홀쭉하고 민첩했으며 덜렁대서 접시만 깨뜨리고 들떠 떠들어 대면서 늘 흥청거렸다. 그런데 파리 생활 삼 년 동안 그는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뀌어 뚱뚱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었으며, 아직 스물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관자놀이에 흰 머리카락마저 몇 가닥 보였다.

포레스티에는 신문사에서 정말 자리를 잘 잡은 듯 보입니다. 뒤루아에게 ‘우리 신문사에서 일해보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합니다. 자기가 사장에게 말만 하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뒤루아는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라비 프랑세즈》라는 신문사에서의 기자 일을 시작합니다.

포레스티에는 카페의 탁자 앞에 앉아 재빨리 “맥주 두 잔.”을 외쳤다. 그는 단숨에 마셔 버렸지만 뒤루아는 마치 귀중한 술이라도 음미하듯 맛을 보면서 조금씩 마셨다.

그의 친구는 입을 다물고 생각하는 듯이 보이더니 갑자기 말했다.

“자네 신문 일에 종사해 보는 것이 어떤가?”

그는 놀라서 친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난 글을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네.”

“그야 뭐 써 보면서 시작하는 거지. 나는 자넬 고용할 용의가 있네. 내게 정보를 찾아 주고 심부름이나 탐방을 하는 일이지. 처음엔 250프랑과 교통비를 받을 걸세. 사장에게 말해 줄까?”

“나야 물론 대환영이지.”

“그럼 이렇게 하세. 내일 우리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게. 손님은 대여섯 명뿐인데, 사장인 왈테르 씨 부부하고 자크 리발, 그리고 방금 본 노르베르 드 바렌, 그리고 내 아내의 친구가 올 걸세. 알겠나?”

뒤루아는 얼굴을 붉히고 당황하며 망설였다. 그러다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난 입을 만한 옷이 없네.”

포레스티에가 놀라서 말했다.

“옷이 없다고? 저런! 어쨌든 그건 없어서는 안 되지. 파리에서는 정장이 없는 것보다는 침대가 없는 편이 더 낫다네.”

그러고는 갑자기 조끼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금화 한 주먹을 꺼내 2루이를 집어 그의 옛 동료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다정하고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자네 능력이 될 때 갚게, 자네에게 필요한 옷을 선금을 주고 월부로 사든 알아서 하게. 어쨌든 내일 7시 30분에 집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오게. 퐁텐 가 17번지네.”

뒤루아는 당황해서 돈을 집으며 말을 더듬었다.

“자네 정말 친절하군. 정말 고맙네······. 절대로 잊지 않을 걸세······.”

친구가 말을 막았다.

“자, 그만하면 됐네. 한 잔 더 할까?”

2.2 첫번째 결혼

maupassant_4-2-2

그렇게 해서 시작된, 신문사 기자로서의 생활이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결론적으로 먼저 말하자면, 뒤루아는 마침내 성공을 거머쥡니다. 돈도 많이 벌고, 여자들과의 사랑도 쟁취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야망있는 젊은이라고 해도 성공을 쟁취하는 건 늘 어려운 법입니다. 또,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매우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잘생긴 사람이라고 해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잘생긴 양아치’, ‘잘생긴 깡패’도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뒤루아는 성공합니다. 그는 자신의 미모를 여러 여자들을 홀리는 데 사용했고, 이것은 두 번의 ‘성공적인 결혼’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결혼들은 뒤루아가 성공하게 되는 결정적인 발판이 됩니다.

첫번째 결혼은 친구 포레스티에의 죽음이 그 발단이 됩니다. 포레스티에는 평소 기관지염을 앓고 있었지만, 열심히 일하느라 병의 치료를 미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병이 크게 도지게 되었고, 요양차 시골로 갔으나 병세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당시 포레스티에는 《라비 프랑세즈》의 ‘정치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정치 기사는 신문사의 모든 기사들 중 가장 중요했으므로, 신문사 내의 핵심 직책을 맡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편, 뒤루아도 빠르게 승진하여 ‘사회부장’을 맡고 있었고, 이는 정치부장 다음가는 직책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레스티에의 죽음을 계기로, 뒤루아는 포레스티에를 대신해 정치부장이 됩니다. 다시 말해, 신문사 내에서의 실세로 발돋움합니다.

한편, 포레스티에가 성취해놓은 성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불과 3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만에 높은 직책에 올랐던 것은, 사실은 그의 부인인 마들렌의 공이 컸습니다. 포레스티에는 항상 집에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명석한 두뇌와 글솜씨, 그리고 정보력를 가지고 있었던 마들렌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포레스티에의 죽음으로 뒤루아가 얻은 것은 정치부장의 직책만이 아니었습니다. 포레스티에와 그 부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뒤루아는, 포레스티에가 죽자 얼마 있지 않아 마들렌에게 청혼합니다. 마들렌은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깊이 숙고하더니, 결국은 뒤루아의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뒤루아는 번듯한 직책과, 유능한 조력자를 차지함으로써 급격히 신분이 상승합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그의 수려한 외모가 마들렌을 만족시킨 것도 한몫했겠지만, 계산적이고 교묘한 뒤루아의 계책이 주효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뒤루아 부부가 파리로 돌아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신문기자는 다시 이전 일을 시작했지만, 머지않아 사회부 담당을 그만 두고 포레스티에가 맡았던 직무를 모조리 인계받아 정치 방면에 전념할 예정이었다. 그날 밤, 그는 이제 자기 집이 된 아내의 전남편 집으로 기쁨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식사를 하러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내에게 키스하고 싶었다. 그는 이미 그 육체적인 매력과 미묘한 지배력에 완전히 빠져 버렸던 것이다.

한편, 마들렌의 입장에서도 이 결혼은 필요한 결혼이었을 겁니다. 그동안의 생활에서 그녀가 빛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포레스티에의 아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신문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의 글쓰는 재능을 남편의 직업에 기대어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포레스티에를 잃은 그녀 입장에서는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가능하면 괜찮은 직위를 가진 남자가 필요했고 그 적임자는 바로 뒤루아였을 겁니다.

마들렌의 재능과 뒤루아의 직책으로 말미암아 둘은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그녀가 곧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밤엔 자기 전에 할 일이 있어요. 보드렉 씨가 바로 와서 식사 전에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아까 중대한 뉴스가 들어왔어요. 모로코 문제에 대해서 말예요. 국회의원인 라로슈 마티외 씨 말예요. 장차 장관이 될 거라는 바로 그분이 말씀해 주신 거예요. 지금부터 둘이서 훌륭한 기사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기사를 쓰기로 해요. 사실이나 수치는 제가 다 알고 있으니까 지금 곧 시작합시다. 미안하지만 램프를 가져다주세요.”

그는 램프를 들고, 그들은 서재로 들어갔다.

서가에는 예전과 같은 책이 꽂혀 있었고 책장 위에는 포레스티에가 죽기 전날 주앙 만에서 산 화병 세 개가 놓여 있었다. 발치에는 고인의 털 실내화가 뒤루아의 발을 기다렸다. 뒤루아는 자리에 앉아 아내의 전남편이 이로 조금 깨물어 놓은 상아 펜대를 집어 들었다. 마들렌은 벽난로에 팔꿈치를 짚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뉴스를 자세하게 이야기했고 자기 의견이며 생각하고 있는 기사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주의 깊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갈겨 쓴 글씨로 기록해 두었다. 그 일이 끝나자 여러 가지 이론을 펴고 다시 문제를 검토하고 확대해서, 단순한 기사의 계획으로 그치지 않고 현 내각을 공격할 작전을 세웠다. 그리고 이 기사를 그 첫 번째 것으로 하자고 했다. 아내는 담배를 피우는 것도 그만두었다. 남편의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새로운 흥미가 솟고 시야가 넓어진 것이었다.

그녀는 이따금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그래요······. 참 좋아요······. 멋져요······. 틀림없이 큰 반향이 있을 거에요.”

그리고 남편이 말을 끝내자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쓰기 시작해요.”

그러나 그는 언제나 처음 구절 쓰는 것을 힘들어 해서 적당한 말 찾기에 애를 썼다. 그녀는 다정하게 남편의 어깨에 기대면서 그의 귀에 조그맣게 문구를 불러 줬다.

이따금 그녀는 망설이며 물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 이걸로 됐어요?”

“응, 나무랄 데 없소.”

그는 중얼거렸다.

그녀의 필치는 매우 날카로워서 총리를 공격하기 위해서, 여자 특유의 독기에 찬 문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총리의 정책을 비웃고 얼굴 생김새까지 험담했는데, 그것이 하도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워서 독자를 웃김과 동시에 그 관찰의 정확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뒤루아는 이따금 두서너 줄 더 보태 써넣어서 공격의 효과를 한층 더 깊고 격렬하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사회 기사에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곧잘 쓰는 악랄한 암시의 수법을 알고 있었다. 마들렌이 확실한 것이라며 내거는 사실이 약간 의심스럽거나 후환이 염려될 때에는 그것을 독자가 짐작하게 하도록 꾸며서, 단정하는 이상으로 강력한 인상을 주는 수완이 있었다.

기사가 다 되자 조르주는 낭독하는 듯한 억양으로 큰 소리로 다시 읽어 보았다. 그들은 똑같이 기사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처음으로 상대의 진가를 확인한 양 기뻐하고 놀라면서 마주 보고 웃었다. 경탄과 감동으로 마음이 뒤흔들려서 깊게 눈과 눈을 들여다보고, 정신에서 육체로 전해진 애욕의 정열에 충동되어 서로 달려들 듯이 포옹했다.

뒤루아는 다시 램프를 들고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자 그럼 자도록 합시다.”

“자 앞장서세요, 선생님. 길을 비추는 것은 당신이니까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그가 앞장서자 그녀는 뒤를 따라 침실로 들어오면서 남자가 더 빨리 걷도록 목깃과 머리카락 사이를 손가락 끝으로 간질였다. 그는 이 애무를 가장 무서워했기 때문이었다.

조르주 뒤루아 드 캉텔이라는 서명으로 발표된 기사는 매우 평판이 좋았다. 의회에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왈테르 영감도 필자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서 《라비 프랑세즈》의 정치면을 몽땅 그에게 맡겼다. 사회부장 자리는 다시 부아르나르에게로 돌아갔다.

신문에서는 시국을 담당하는 내각에 대해서 능란하고도 격렬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 공격은 언제나 교묘하고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고, 어떤 때는 야유하듯이, 어떤 때는 진지하게, 또 때에 따라서는 독설을 퍼부으며 적확하고 끈질기게 공격했으므로 세상 사람들 모두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다른 신문은 끊임없이 《라비 프랑세즈》를 인용하고 전문을 싣는 일도 종종 있었다. 정부 측에서는 이 무명의 집요한 적에게 재갈을 물릴 방법은 없을가 하고 당국자와 의논했다.

정치 단체 사이에 차차 뒤루아의 이름이 알려졌고, 사람들의 힘찬 악수와 정중하게 모자를 벗는 태도에서 자신의 세력이 커졌음을 느꼈다. 한편 아내의 명석한 두뇌와 정보를 수집하는 소질이며 아는 사람의 수가 많은 데에는 경탄과 칭찬을 금할 수가 없었다.

2.3 전략적인 이혼

maupassant_4-2-3

앞서 말했듯이, 기자로서의 뒤루아의 성공은 반쯤은 그의 아내 덕택이었습니다. 마들렌의 뛰어난 지능과 글솜씨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지만, 사실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그녀의 정보력이었습니다. 사교계에 수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빠르게 정부와 의회의 최신뉴스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급 정보를 정말 그렇게 신속하게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만의 비밀이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정계에는 떠오르는 인물로 라로슈 마티외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국회의원을 거쳐 외무장관까지 역임하게 된 인물이었는데, 마들렌은 라로슈와 몰래 만나고 있었습니다. 유력한 정치가를 애인으로 두고 있었던 만큼, 마들렌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치권의 중요 이슈들에 대한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뒤루아는 뒤루아대로 몰래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잘생긴 외모를 이용하여 마들렌의 친구인 드 마렐 부인과 몰래 만났고, 심지어는 신문사 사장의 아내인 왈테르 부인도 꼬셔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륜에 정통한 뒤루아였기에, 아내의 외도도 잘 보였나 봅니다. 뒤루아는 마들렌과 라로슈가 몰래 만나고 있는 현장을 검거하는데 성공하고, 그녀와 이혼합니다.

네 남자는 3층까지 올라갔다. 뒤루아는 우선 문에 귀를 바짝 댔다. 그리고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경위가 경찰관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여기에 있다가 부르면 곧 오도록.”

모두들 기다렸다. 이삼 분 지나서 뒤루아는 다시 대여섯 번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 방 안에서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가벼운 발소리가 다가왔다. 밖의 동태를 엿보는 듯했다. 신문기자는 주먹을 쥐고 문짝을 거칠게 두드렸다.

일부러 꾸민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물었다.

“누구시죠?”

경위가 대답했다.

“문을 여십시오. 법률의 이름으로 명령합니다.”

문 안쪽의 목소리가 되풀이했다.

“누구신데요?”

“경찰입니다. 문을 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문을 부수겠습니다.”

그 목소리는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그래서 뒤루아가 말했다.

“나야, 달아나려 해도 소용없어.”

맨발인 듯한 가벼운 발소리가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이삼십 초 지나서 되돌아왔다.

조르주가 말했다.

“열지 않으면 문을 부수겠어.”

그는 구리 손잡이를 잡고 어깨로 천천히 밀었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기 때문에 순간 잔뜩 힘을 실어서 몸을 문에 부딪었다. 방의 낡은 손잡이는 잠시도 지탱하지 못하고 망가졌다. 나사못이 판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그는 앞으로 넘어지면서 현관에 서 있던 마들렌과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그녀는 속옷 바람으로 머리를 풀어 헤치고 맨발로 서서 촛대를 들고 있었다.

그가 외쳤다.

“이 여잡니다. 현장을 잡았습니다.”

2.4 두번째 결혼

maupassant_4-2-4

마들렌과의 이혼으로 뒤루아는, 아내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수많은 재산 중 상당량를 차지하게 됩니다. 소설의 맨 처음에 묘사된 ‘빈털터리의 뒤루아’는 더이상 없습니다. 그는 직장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더 욕심을 냅니다.

《라비 프랑세즈》의 사장은 왈테르라는 유대인이었습니다. 당시 왈테르는 투기에 성공하여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정부에서는 알제리에 이어서 모로코를 점령하려는 계획을 은밀히 가지고 있었는데, 정부와 (정확하게는 라로슈 외무장관과) 유착관계에 있었던 왈테르는 이 계획을 미리 알고, 모로코의 공채를 대량으로 매입했던 것입니다. 이후 모로코가 프랑스 수중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제는 프랑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채를 보증하게 되므로 공채를 샀던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차익을 보게 되었습니다. 왈테르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보았던지, 그는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다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뒤루아는 왈테르가 거머쥔 부를 극렬히 질투하게 됩니다.

이 질투의 결과로 그가 결행한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생각하지 못할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왈테르의 사위가 되어 왈테르의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려 합니다. 왈테르에게는 결혼 적령기의 두 딸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둘째 딸 쉬잔의 미모가 아름다웠습니다. 뒤루아는 쉬잔에게 접근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뒤루아가, 쉬잔의 어머니인 왈테르 부인과 애인사이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뒤루아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을 계획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뒤루아는 쉬잔의 마음을 얻은 후,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쉬잔을 납치합니다.

뒤루아와 쉬잔은 뒤에 처졌다. 다른 사람들과 대여섯 걸음 떨어지자마자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쉬잔 난 당신을 몹시 사랑합니다. 미칠 만큼 사랑합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저도요, 벨아미.”

“만약 당신을 아내로 맞을 수가 없다면 난 다시는 파리에서 살지 않겠고, 이 나라에서도 떠나 버리겠습니다.”

“그럼 아빠께 말씀드려 보세요. 아마 좋아하실 거에요.”

그는 약간 초조한 듯한 몸짓을 했다.

“아니, 소용없는 일입니다. 벌써 열 번도 더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틀림없이 댁에 출입도 못 하게 되고 신문사에서 쫓겨나서 당신의 얼굴을 볼 수도 없게 될 겁니다. 정식으로 구혼한다면 그런 터무니없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분명히 당신을 카졸 후작과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했을 겁니다. 당신이 끝내는 승낙하리라고 마음 놓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어떡하면 좋죠?”

그는 옆에서 그녀를 보면서 약간 망설이다가 물었다.

“당신은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이라도 할 만큼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어떤 미친 짓이라도?”

“네.”

“아주아주 미친 짓도?”

“네.”

“그리고 당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끝까지 대항할 용기도 있나요?”

“네.”

“정말입니까?

“네.”

“그렇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단 한가지! 하지만 그것은 나보다도 당신이 해야 할 일입니다. 당신은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으니까 무엇이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대담한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그다지 놀라시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우선 어머니께서 혼자 계실 때 가서 나와 결혼하겠다고 하십시오. 어머니는 몹시 당황하시며 크게 노하실 겁니다.”

쉬잔은 그 말을 가로막았다.

“오! 어머니는 무척 기뻐하실 거에요.”

그는 재빨리 말을 계속했다.

“아니, 당신은 어머니를 모르십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도 훨씬 더 화를 내시고 분개하며 한사코 반대하실 겁니다. 그래도 거기에 실망하거나 지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끝까지 나와 결혼하고 싶다. 오직 나 한 사람과, 나와만 결혼하겠다고 우기는 겁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어요.”

“그런 다음엔 어머니의 방을 나와서 아버지에게로 가서 똑같은 말을 진지한 태도로 단호히 결심한 듯이 말하십시오.”

“네, 알았어요. 그 다음엔?”

“그 다음부터가 어려워집니다. 만약에 당신이, 귀여운 쉬잔, 내 아내가 되겠다고 굳게 굳게, 아주 굳게 결심했다면······ 난 당신을 납치해서······ 달아나겠습니다.”

그녀는 너무 기뻐서 하마터면 손뼉을 칠 뻔했다.

“오! 행복해라! 저를 납치하신다고요? 언제 납치하실 건데요?”

깊은 밤의 납치와 역마차의 여인숙의 오래된 모든 시가, 책에서 읽은 여러 가지 매혹적인 모험들이 번갯불처럼 그녀의 뇌리를 스쳐갔다. 마치 마법의 꿈이 당장이라도 실현될 것 같았다. 그녀가 거듭 물었다.

“언제에요, 나를 납치하는 건?”

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오늘 밤······ 입니다.”

그녀가 몸을 떨면서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요?”

“그건 비밀입니다. 아무튼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잘 생각해주십시오. 한번 나와 몰래 도망을 치고 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아내가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 그러나 이건······ 매우 위험합니다······ 당신에겐.”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결심했어요······. 하지만 어디서 만나죠?”

혼자서 집을 빠져나올 수 있습니까?”

“네, 작은 문을 열 수 있어요.”

“좋아요. 그렇다면 12시경, 문지기가 잠든 뒤 콩코르드 광장까지 와 주십시오. 해군 본부 앞에 마차를 잡아 놓고 기다릴테니까요.”

“네, 가겠어요.”

“틀림없지요?”

“네, 틀림없어요.”

그는 소녀의 손을 잡고 힘껏 움켜쥐었다.

“아!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은 정말 착하고 용기가 있으시군요! 그럼 카졸 씨하고는 결혼한 의사가 없는 거군요?”

“네, 그래요.”

아버지는 당신이 거절했을 때 무척 화를 내셨겠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저를 수녀원에 보내 버리겠다고 하셨어요.”

“그럼 더욱 분발해야 된다는 것도 아시겠지요?”

“네, 힘내겠어요.”

그녀는 납치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 넓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분과 함께······ 저기보다도 먼 곳으로 가는 거다······! 나는 납치되는 거다······. 그녀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의 소문이라든가 자신에게 닥쳐올지도 모르는 불명예 같은 것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물론 그녀는 그런 것을 알지도 못했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뒤루아의 납치는 성공합니다. 그리고 곧, 딸이 사라졌음을 눈치챈 왈테르와 그 부인은 뒤루아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왈테르 부인에게 특히 절망적으로 다가왔음은 두말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뒤로 물러섰다. 촛대가 쓰러지며 촛불이 꺼졌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녀는 무서운 꿈을 언제가지나 계속 꾸고 있었다. 어느 꿈에든 조르주와 쉬잔이 꼭 껴안고 나타났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그들의 괴씸한 사랑을 축복했다. 그녀는 여기가 자기 방이 아님을 어렴풋이 느꼈다. 일어나서 달아나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온몸이 마비된 것 같았고 손발도 자유롭지 않았으며 생각만 깨어있었다. 그렇지만 혼란한 상태에서 무서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엉뚱한 환상에 시달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꿈속을 방황했다. 형태가 기괴하고 냄새가 강렬한 열대 수목이 최면처럼 사람의 뇌수에 암시하는, 이상하고도 때로는 치명적인 꿈이었다.

날이 밝은 뒤에야 왈테르 부인이 「물 위를 걷는 그리스도」 앞에서 의식을 잃고 거의 가사 상태로 누워 있는 것이 발견됐다. 매우 중태여서 생명까지도 위태로울 정도였다. 그녀는 이튿날이 되어서야 겨우 의식을 완전히 회복했으나 이내 소리 없이 울었다. 쉬잔의 실종에 대해 하인들에게는 그녀를 황급히 수녀원에 보낸 것으로 했다. 한편 왈테르 씨는 뒤루아가 보낸 긴 편지에 답장을 써서 딸과의 결혼을 허락했다.

그 편지는 벨아미가 파리를 떠날 때에 부쳤던 것이다. 그날 밤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써둔 것이었다. 그는 사연도 공손하게, 오래전부터 따님을 사랑했다는 것, 미리 서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따님이 오로지 자발적으로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하고 기쁘게 달려왔으므로 부모의 화답을 받을 때까지 따님을 지키고 또 몰래 숨겨 둘 것을 허락받았다는 것, 물론 자기에겐 부모의 법률상 의사보다도 따님의 의사가 더 가치 있다는 말 따위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회답은 유치우편으로 보내 주기 바라며, 어떤 친구가 찾아다 주기로 돼 있다고 왈테르 씨에게 전했다.

그는 바라던 회답을 받아 들자 곧 쉬잔을 파리로 데리고 돌아와서 부모에게 보냈다. 그러나 자신은 한동안 초대를 사양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센 강가의 라로슈기용에서 엿새 동안 지냈다.

어린 소녀는 이때만큼 즐겁게 놀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목가 세계에서 사는 기분이었다. 뒤루아가 그녀를 동생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들은 자유롭고 순결한 친밀감 속에서 마치 사랑에 눈뜬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정조를 존중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도착한 이튿날 그녀는 곧 시골 여자들의 속옷과 옷을 사 입고 들꽃으로 장식한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곳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오래된 탑과 낡은 성관이 있어 그 경치가 마치 훌륭한 테피스트리 같았다.

뒤루아는 그 지방 상인에게서 기성복으로 된 선원복을 사입고 쉬잔과 둑을 산책하기도 하고 배를 젓기도 했다. 그들은 가슴이 설레어서 쉴 새 없이 키스했다.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평온했지만 그는 당장에라도 끓어오르는 욕정에 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강하게 자신을 억제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내일은 파리로 돌아갑시다. 아버지께서 결혼을 허락해 주셨으니까요.” 라고 했을 때 그녀는 순진하게 이렇게 속삭였던 것이다. “어머, 벌써 가는 거에요? 당신의 아내가 되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2.5 결말

maupassant_4-2-5

소설은 뒤루아와 쉬잔의 결혼식을 묘사하면서 마무리됩니다.

결혼식은 의회가 다시 열린 뒤인 10월 20일로 결정되었다. 장소는 마들렌 성당. 이 결혼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뒷공론이 많았으나 아무도 확실한 것은 알지 못했다. 갖가지 잡다한 소문이 퍼졌다. 여자를 납치했다는 말도 있었으나 분명하지 않았다.

하인들 이야기로는, 그뒤 왈테르 부인은 딸의 약혼자와 전혀 말을 하지 않았으나, 이 결혼 이야기가 있었던 날 밤, 딸을 수녀원으로 보내고 화가 나서 독약을 마셨다는 것이다.

부인은 거의 죽은 것처럼 방에 실려 왔지만 전처럼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은 이미 노파처럼 되어 버려서 머리도 완전히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신앙에 열중하여 일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영성체를 모셨다.

9월 초순이 되자, 《라비 프랑세즈》는 뒤루아 드 캉텔 남작이 주간으로 취임했음을 알렸다. 왈테르 씨는 명의상 사장일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유명한 논설 기자, 단신 기자, 정치 기자, 미술 비평가며 음악 비평가가 돈의 힘이나 권력으로, 평판 좋고 전통 깊은 큰 신문사에서 《라비 프랑세즈》로 뽑혀갔다.

기자 출신 명사나 성실하고 존경받는 기자들도 이제는 《라비 프랑세즈》에 대해 말할 때 비웃지 않았다. 이토록 빠르고 완전한 성공은 이 신문이 창립되었을 당시 까다로운 문필가들이 퍼부었던 경멸을 완전히 일소해 버렸다.

뒤루아 주간의 결혼은 온 파리를 떠들썩하게 할 만큼 굉장했다. 조르주 뒤루아와 왈테르 집안은 최근 세상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신문에 이름이 오를 정도의 사람들은 모두 이 결혼식에 가 보려고 생각했다.

결혼식 날은 맑게 개었다.

아침 8시부터 마들렌 성당에서는 고용인들이 총동원되어서 루아얄 거리로 면한 교회당의 높은 돌계단에 폭넓은 붉은 양탄자를 깔기 시작하여,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어 성대한 의식이 열리려는 것을 알렸다.

출근길 사무원이나 여직공들이나 단골집에 주문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점원 등은 걸음을 멈추고 멍하게 바라보면서 부부가 되는 데 이토록 엄청나게 돈을 쓰는 부자를 부러워했다.

10시 경이 되자,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결혼식이 금방 시작되는 줄 알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나갔다.

11시가 되자, 경찰관이 도착하여 곧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좋은 자리를 잡아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잘 보아 두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중앙의 신자석으로 가서 끝 의자에 앉았다.

뒤루아와 왈테르의 지인들은 이 결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무엇보다도, 뒤루아의 전처인 마들렌이 새로운 남자의 이름으로 다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아는 이들을 찾아 손을 흔들며 불러내서는 각각 무리 지어 모였다. 문인들은 사교계 사람들만큼 긴장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인들에게는 사방에서 시선이 집중되었다.

노르베르 드 바렌은 누군가 친구가 없을까 하고 찾다가 의자 한복판에서 자크 리발을 발견하고는 그 곁으로 가서 말했다.

“어떤가! 인색하고 교활한 놈은 출세하는 거군그래!”

상대는 질투심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잘됐지 뭔가. 저녀석의 팔자도 이제는 늘어졌으니.”

그러고 나서 참석한 사람들의 이름을 주워 섬기기 시작했다.

리발이 물었다.

“그런데 그의 전 아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자네 아나?”

시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잘은 모르지만 소문에 몽마르트르 근처에 처박혀 사는 모양이더군. 그런데······ 좀 묘한 일이 있다네······. 요전부터 《라플륌》에 실린, 포레스티에와 뒤루아하고 매우 흡사한 정치 논설을 읽었단 말일세. 필자가 장 르 돌이라는 젊은 남자인데, 잘생기고 머리도 좋고, 조르주와 같은 타입이지. 그자가 조르주의 전처와 함께인 모양이야. 내 생각에 그 여잔 젊은 풋내기가 좋은 모양이야. 그래서 평생토록 그런 사람들을 귀여워하며 살걸세. 게다가 돈도 있겠다, 보드렉이나 라로슈 마티외도 쓸데없이 그 여자의 집에 드나든 것은 아닐 테니까.”

뒤루아의 전 애인이었던 왈테르 부인의 모습도 묘사됩니다. 그녀는 서럽게 울지만, 결혼식에 모인 군중들은 그 울음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없어 추측만 할 뿐입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에 몇 사람이 돌아보았다. 왈테르 부인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그녀는 끝내 결혼을 승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딸의 키스를 거절하고 자기 방에서 쫓아낸 후, 뒤루아가 다시금 자기 앞에 나타나서 정중하게 인사했을 때, 낮은 목소리로 “당신처럼 비열한 사나이는 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두 번 다시 나에게 말을 걸지 말아요, 절대로 대답하지 않을테니까.” 하고 말한 이래,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참을 수도 없는 고민에 시달려 왔다. 그녀는 격양된 정욕과 살을 도려내는 듯한 질투와 날카로운 증오로 쉬잔을 미워했다. 이루 말할 수도 없이 잔인하고도 살을 저미는, 어머니이자 정부로서의 야릇한 질투였다.

그런데 지금 신부가 교회에서 이천 명의 손님 앞에서 두 사람을, 내 딸과 내 연인을 결혼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방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내 것입니다. 내 정부입니다. 당신이 축복하시는 이 결혼은 파렴치한 것입니다!” 하고 외칠 수도 없는 것이다.

여자들은 동정하며 속삭였다.

“불쌍도 하지! 어머니로서 얼마나 서럽겠어요.!”

신부가 드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최고의 부와 명예를 받고 이 지상에 견줄 만한 것이 없을 만큼 행복한 분들입니다. 특히 신랑은 재능이 누구보다도 뛰어나, 문필로 민중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사회의 목탁으로서 그 귀중한 사명을 완수하여 훌륭한 모범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을 ······.”

뒤루아는 자만심에 취하여 그것을 들었다. 다름 아닌 로마 교회의 사제가 자신에게 이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더욱이 그의 등 뒤에는 그를 위하여 모인 군중과 고관대작 무리가 앉아 있다! 그는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공중에 밀어 올리는 것처럼 여겨졌다. 캉틀뢰의 가난한 농부의 자식인 그가 이제 지상의 당당한 지배자의 한 사람이 된 것이다.

성대한 결혼식 속의 주인공 뒤루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뒤루아는 쉬잔의 팔을 잡고 다시 성당을 가로질렀다.

성당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자리로 돌아가서 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를 들고 햇볕이 내리쬐는 현관의 커다란 입구에 눈길을 주면서 발걸음도 조용하게 천천히 걸었다. 그는 살결 위에 긴 전율을 느꼈다. 자신의 무한한 행복만을 생각했다.

현관으로 나오자 그곳에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까맣게 밀고 밀리는 소란스러운 군중이었다. 그를 보기 위해서, 그 조르주 뒤루아를 보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이었다. 파리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들자 아득히 멀리, 콩코르드 광장 저편의 국회의사당 건물이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마들렌 성당 현관에서 부르봉 궁 현관까지 한달음에 뛰어갈 것 같았다.

그는 구경꾼들이 양쪽으로 울타리를 이룬 높은 돌계단을 유유히 내려갔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생각은 뒤로 돌아가 있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가늘게 뜬 그의 눈앞에는, 드 마렐 부인이 침대에서 나올 때면 언제나 마구 흐트러지는 귀여운 곱슬머리를 거울 앞에서 매만지던 영상이 아른거렸다.

3. 악당의 성공

maupassant_4-3

「벨 아미」는 영문으로 「The History of a Scoundrel」이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됩니다. scroundrel, 즉 악당을 묘사한 소설이 바로 「벨 아미」입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물건을 훔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 「이방인」의 뫼르소,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잔인해보입니다. 법과 상식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왔다갔다하면서 한번도 사람들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은 채로 살아가며, 결국 소위 말하는 ‘성공’을 쟁취합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악한 인물이지만, 뒤루아에게 몰입하여 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생각됩니다. 이 소설을 읽었던 약 2주간의 시간 동안, 마치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까 하고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두꺼운 책의 무게에 짓눌릴 새도 없이, 첫 페이지의 ‘빈털터리의 뒤루아’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소설 속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소설을 반 이상 읽었을 때에는 내심 ‘이 쯤에서 뒤루아가 슬슬 몰락하겠군’하고 생각했습니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것도 역시 비극으로 끝나겠지. 「여자의 일생」도 비극이었으니까. 《라비 프랑세즈》는 특정 당을 지지하는 정치 신문이니만큼, 아마도 새로운 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라비 프랑세즈》도 역시 몰락하지 않을까. 그러면 뒤루아도 추락할 것이고, 이를 통해서 권력이나 욕심이 얼마나 무상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교훈을 주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뒤루아는 파산하기는 커녕 파리 최고의 부자에 등극합니다. 시간에 따른 뒤루아의 ‘사회적 지위’ 혹은 ‘자산’ 그래프를 그린다면, 그 그래프는 선형적으로 꾸준하게, 아니면 조금은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끝을 모르고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의 잔인함과 비정함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曹操)와도 닮았습니다.

한편, 「벨 아미」에 나오는 뒤루아의 족적은 뒤루아의 「여자의 일생」에 나오는 잔느의 인생과는 정반대의 모양새를 띠는 것 같습니다. 잔느는 착하고 순수한 성정의 인물로, 귀족이자 대단한 부자였던 것으로 시작해 끝없이 몰락하고 파산 직전에 이릅니다. 반면, 뒤루아는 비인간적인 냉혈한으로서, 한푼도 없던 사람이 점점 올라가더니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누리게 됩니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소위 말하는 “착한 사람은 불행하게 살고, 악하고 독한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라는 명제일까요?

물론, 모든 착한 사람이 잔느 같지는 않을 것이고 모든 악한 사람이 뒤루아같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두 소설 속에 나타나는 두 인물의 모습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교묘하게 계산하고 행동하며, 남에게 입히는 피해는 생각지 않은 채로 위로 한없이 올라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니, 흔하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벨 아미」에 나타나는 시대적인 상황은, 어느 정도는 격변의 시대였습니다. 기회주의자들은 난세(難世)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라고 난세가 아닐까요. 모로코 채권의 가치가 상승할 것을 미리 알고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기는 왈테르의 모습은, 현대에서도 빈번한 주식-코인 사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말하자면, 현 시대에도 벨 아미와 같은 인물들은 차고 넘칠 것입니다.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에서도 「벨 아미」에서도 간결한 필치와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단지 두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관조할 뿐입니다. 뒤루아와 잔느를 어떻게 평가할지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 같습니다.

  • 책 정보
    • 책이름 : 「벨 아미」
    • 작가 : 기 드 모파상
    •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연도 : 1885년
  • 그림 출처
  • 참고자료

댓글남기기